
[2010EIDF - '소리없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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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집에서 노래방기계로 크게 노래 부를 수 있다. 시끄럽다고 부모님에게 혼난 적 없다.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넘어져 다쳐도 어떻게든 부모님을 찾아야 했다. 아무리 울어봐야 부모님은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픔을 느끼며 울기전에 아픔에 대해 설명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듣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 아이는 한 시간동안 아무것도 듣지 않고 생활한 후, 무성영화 같았다 고백한다. 아이의 형은 장애인이다. 장애가 심한편이라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동생은 아이처럼 들을 수 있지만 수화를 할 줄 모른다. 결국 집안에서 부모님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 뿐이다.

학교행사가 있다. 아이의 반이 합창을 하기로 한다. 내심 독창을 기대하던 아이에게 독창의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 행사에는 부모님도 오신다. '우리가 힘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땐, 마음이 슬퍼져요. 가끔 하늘이 어두워지고 모든 일이 힘들어 보일 때,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우리에게 달려있어요.' 아이의 반은 마이클잭슨의 'Heal the world'를 부른다. 듣지못하는 부모님에게도 가사를 전달하고 싶은 아이는, 동생에게 수화를 가르친다.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장애인을 바라 볼 때, '불쌍하다'가 아니라 '불편하겠구나'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김어준이 말했다. 아이는 '소리없는 노래'를 들어야 할 부모님의 '불편'을 생각했다. 그래서 동생과 반 친구들에게 수화를 가르쳐준다. 동생은 자꾸 버벅거리지만, 반 아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수화란 고작 몇 소절이지만 덕분에 부모님은 '덜 불편하게' 아이들이 적어도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아이가 부모님에게 보여준 사랑과 배려. 아이의 동생이 부모님을 위해 처음 배운 수화. 반 아이들이 친구의 부모님을 위해 배운 수화. 딱 이만큼씩의 배려들이 당연해질 때, '불쌍'의 마음이 자리잡을 곳이 적어진다. 듣지 못하니까, 말을 못하니까, 앞이 안 보이니까 모자라거나 불쌍하다가 아니라 단지 듣지 못할 뿐이구나, 단지 말을 못할 뿐이구나, 단지 앞이 안 보일 뿐이구나.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아 불편하겠다. 덜 불편하기 위해 뭘 해야 하지? 두리번 거릴 수 있겠지 싶다.

덧.
남들과 다른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이보다 빨리 큰다. 열 두살이라기엔 큰 배려와 사랑 책임을 당연시 행하는 아이를 보는건, 언제나 좀 안쓰럽다.
-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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